병을 고치시고 귀신을 쫓아내기도 하신 예수님에 대한 세상의 평가는 귀신 들린 자 또는 정신이 온전치 못한 미친 자라는 것이었습니다. 예수님이 귀신들려 눈멀고 벙어리 된 사람을 고쳐주신 것은 귀신에게 붙들려 있는 자기 백성을 해방시키는 메시아라는 것을 증거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세상은 예수님이 하신 일을 보면서도 예수님이 누군지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서기관들은 예수님이 귀신을 쫓아낸 것은 귀신의 왕이 능력을 주었기 때문이라고 매도했습니다. 하나님의 능력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세상이 예수님의 능력을 사단의 능력으로 매도할 정도로 예수님을 거부한 이유는 예수님을 기존의 세상 질서를 무너뜨리는 위협적 존재로 인식했기 때문입니다.

서기관들은 율법의 질서 안에서 신앙 좋은 사람으로 존경받으면서 자신들의 세계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이런 질서를 무너뜨리는 자로 나타났습니다. 안식일에 병을 고치시고, 이삭을 잘라 먹으면서 그들의 질서를 위협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군중들이 예수님의 능력을 보고 모이는 것을 보면서 자신들의 세계가 크게 위협받고 있음을 감지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능력을 사단이 준 것으로 매도하면서 어떻게 해서든지 자신의 나라를 지키려고 했던 것입니다.

27절에 “사람이 먼저 강한 자를 결박지 않고는 그 강한 자의 집에 들어가 세간을 늑탈치 못하리니 결박한 후에야 그 집을 늑탈하리라”는 말씀은 예수님이 귀신을 쫓아내고 능력을 행하시는 의미를 말해줍니다. 예수님이 귀신을 쫓아내신 것은 예수님은 귀신도 이기시는 분임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 사단에게 붙들려 있는 자기 백성을 구출할 분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심을 증거하는 것입니다.

인간은 날 때부터 사단에게 붙들린 자로 태어납니다. 이러한 사단으로부터 자기 백성을 구출하기 위해서는 사단을 이기지 않으면 안됩니다. 결국 참된 메시야라는 증거는 사단을 이기는 것으로 알 수 있고, 예수님께서 귀신을 쫓아내시고 병을 고치시는 것으로써 그것을 증거하셨습니다. 그런데도 세상은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 중에 하나는 인간의 실상에 대해 무지했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실상이 어떠한지 알지 못하면 믿음이 바로 설 수 없습니다. 자신이 병든 자이고 사단에게 붙들린 자며 죄 가운데 태어나 사망에 처한 자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면 예수님을 향한 간절함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신자에게 자신의 실상을 깨닫게 하시고 예수님이 아니면 안되는 이유를 알게 하시는 것이 말씀의 역할입니다.

그런데 신자가 말씀을 싫어한다면 그것은 자신의 힘과 의와 공로를 지키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힘과 의와 공로가 인정되어야만 자신이 믿음 있는 자로 굳건히 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교회가 인간의 힘과 의와 공로를 인정하고자 하는 이유도 믿음을 경쟁체제로 구축하기 위해서입니다. 서로 경쟁관계에 있어야 교회가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것이 바로 성령을 훼방하는 것입니다.

28-30절에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사람의 모든 죄와 무릇 훼방하는 훼방은 사하심을 얻되 누구든지 성령을 훼방하는 자는 사하심을 영원히 얻지 못하고 영원한 죄에 처하느니라 하시니 이는 저희가 말하기를 더러운 귀신이 들렸다 함이러라”고 말합니다. 사람의 모든 죄와 훼방하는 훼방은 사하심을 얻습니다. 여기에는 아무 조건이 없습니다. 인간의 의와 공로와 힘이 요구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예수님의 일방적인 사랑이고 자비입니다. 이것이 예수님의 세계입니다. 예수님의 용서의 세계에서는 ‘용서 받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단지 용서의 은총으로 인해 감사하고 기뻐하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나 서기관들의 세계에서 용서는 인간이 하기에 달렸습니다. 율법을 실천하면서 믿음으로 살면 하나님의 용서가 당연히 주어질 것으로 여겼습니다. 복과 벌이 인간이 하기에 달렸기 때문에 예수님과 관계없이도 얼마든지 신앙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서기관들이 예수님을 귀신 들렸다고 말하는 것은, 자신들은 귀신과 상관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귀신을 이기시고 자기 백성을 죄에서 구출하시는 예수님의 능력도 필요치 않았습니다. 성령이 오셨다는 것은 인간의 능력으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인간이 예수님의 능력을 의지하지 않고 여전히 인간의 능력으로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이 곧 성령을 훼방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결코 용서 받지 못합니다. 성령을 훼방한 죄가 너무 크기 때문이 아니라 성령 훼방자체가 인간의 힘과 의와 공로를 의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리스도의 용서와 상관이 없는 것입니다.

성령이 우리에게 오셔서 하시는 일은 내가 정당하다고 여겼던 모든 것을 무너뜨리는 것입니다. 내게는 옳은 것이 아무 것도 없음을 알게 하시고, 예수님이 십자가로 이루신 용서의 세계를 바라보게 하시고 용서의 은총을 의지하게 하시는 것입니다. 이것이 예수님이 오셔서 이루신 세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