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기27:1-8
이스라엘 백성들이 약속의 땅에 들어가기 위해서 요단강을 건넜을 때
그들이 해야 할 일은
큰 돌들을 세우고 석회를 바르고 율법의 모든 말씀을 기록하여
에발 산에 세우고
하나님 여호와를 위하여 철기를 대지 않은 돌단을 쌓은 후에
번제와 화목제를 드리는 것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왜 이렇게 복잡한 절차를 거치게 하시는 것일까요?

약속의 땅과 약속의 땅이 아닌 땅 사이에는
요단강이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홍해를 건넌 것을
애굽과의 완전 결별로 생각할 수 있는 것처럼
요단강을 건넌 것을
약속의 땅이 아닌 세상과의 완전한 분리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즉 이스라엘이 요단강을 건넜다고 하는 것은
기존의 세상에 대해서 분리되고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갔다는 의미입니다.

새로운 세상은
환경이 새로운 것이 아니라
기존의 세상과 삶의 방식이나 상식이나 가치관이 전혀 다른 세상이라는 말입니다.
이 새로운 세상이 약속의 땅입니다.

신명기에 나오는 규례들은
이스라엘이 약속의 땅에 들어가서 실천해야 할 삶의 방식이었습니다.
신명기의 모든 정신은 이웃 사랑입니다.
그러므로 요단강을 건너기 전과 건넌 후의 삶의 차이는
자기 사랑과 이웃 사랑으로 구분이 됩니다.
즉 요단강을 건너기 전의 세상은 자기사랑으로 살아가는 세상이지만,
요단강을 건넌 후의 약속의 땅에서는
자기사랑이 아닌 이웃 사랑의 법칙으로 살아야 할 세상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요단강 이전 세상의 법칙으로 살아가던 사람이 어떻게 하루아침에
요단강 이후의 세상 법칙, 즉 이웃사랑을 법칙으로 삼고 살아갈 수 있습니까?

그 비밀은 율법이 기록된 돌들이 어디에 세워지느냐를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4절에 보면
"너희가 요단을 건너거든 내가 오늘날 너희에게 명하는 이 돌들을 에발 산에 세우고 그 위에 석회를 바를 것이며"라고 말씀합니다.
돌들은 에발 산에 세워집니다.
신명기 27:11부터 보면 하나님은 이스라엘 12지파를 절반씩 나눠서
한편은 그리심 산에 세워서 백성을 축복하게 하고,
한편은 에발 산에 세워서 백성을 저주하게 하십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이 요단강을 건넌 후에 율법을 기록한 돌들을 에발 산에 세우고
그곳에서 번제와 화목제를 드리라고 말씀합니다.
왜 하필 율법을 기록한 돌들을 에발산, 저주를 선포하는 산에 세우고
그곳에서 제사를 드리라고 하실까요?
사람에게는 누구나 복을 가까이 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도 스스로 저주의 자리에 서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왜 하나님은 이스라엘더러 에발 산에서 제사를 드리게 하실까요?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에발 산에 세우시는 것은
'내가 바로 저주받아 마땅한 자다'라는 것을 경험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내가 바로 저주받아 마땅한 자라고 하는 것이
요단강을 건너 약속의 땅에서 살아가야 할 이스라엘의 사고방식이어야 했습니다.
이렇게 자기 스스로를 저주의 자리로 끌어내리는 것은
자신의 죽음을 경험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것입니다.
결국 요단강을 건넌 이스라엘에게 필요한 것은
자기죽음이라고 하는 경험입니다.
자기죽음의 경험이 그들을 이웃 사랑이라는 삶으로 인도하게 되는 것입니다.

요단강 이전의 세상에서는
자기가 살기 위해서 다른 사람을 죽이는 삶을 살았습니다.
자기이익을 위해서라면 이웃에게 피해를 주는 삶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런 세상으로부터 분리된 약속의 땅,
즉 하나님의 은혜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새로운 땅에서는
다른 사람의 유익을 위해서
오히려 자신이 피해를 감수하는 정신만이 용납되는 곳이었습니다.
이런 정신은 요단강을 건넜다고 해서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요단을 건너 자기죽음을 경험한 자들에게서 나타나는 정신이라는 것입니다.

‘자기죽음'이라는 것은
자신이 얼마나 악하고 더러운 존재인가를 알 때 경험되는 것입니다.
우리의 악함과 더러움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바로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율법이 기록된 돌들을 에발 산에 세우라는 것입니다.
즉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서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악하고 더러운가를 절실히 깨닫고
스스로 '나는 저주받아 마땅한 인간입니다'라고 하는 고백을 가지고 하나님 앞에 서는 것,
이것이 에발 산에 서는 것이며,
저주받아 마땅한 나는
오직 거룩한 제물의 희생의 피로만 살 수 있다는 의미로 번제를 드리고
그것이 결국 하나님과 화목하게 되는 것임을
화목제를 통해서 나타내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자기죽음의 경험입니다.

자기죽음의 경험이 없는 사람은
결국 요단강 이전의 세상의 법칙과 사고방식을 따라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자기 위주로 자기를 중심으로 사는 것입니다.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를 높이려고 하고,
자기보다 못해 보이는 사람을 무시하는 모습을 드러낼 수밖에 없습니다.

약속의 땅은 은혜의 땅입니다.
가나안 땅에만 들어가면 은혜를 받아서 잘살아 갈 수 있다는 뜻이 아니라,
'우리가 이 땅에 들어와 살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 때문이다'는 것을 아는 자가 살아갈 수 있는 땅이라는 뜻입니다.
들어올 수 없는 자가 들어왔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자신이 저주받아야 할 자이고,
죄인이라는 사실을 아는 자는 약속의 땅에 들어왔을 때
'저주받아 마땅한 내가 이 땅에 들어온 것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가 나를 인도하셨기 때문이다'는 고백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진정으로 은혜를 아는 것입니다.

요단을 건너 에발 산에서 드리는 번제는
자신의 죄인됨을 아는 상한 심령이라고 말할 수 있고,
상한 심령으로 하나님께 나올 때
그것이 하나님과의 화목이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자기를 알고 하나님을 아는 것이며,
자기 죽음을 경험한 신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기죽음은 십자가의 경험입니다.
이 십자가의 경험이 계속될 때 그것이 기도로 이어지고 사랑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입니다.